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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어떤 애니가 계기가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중학교 중후반부에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덕후가 되어있었지요. 모두들 그렇게 덕후가 된다고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정신차려보니' 였네요. 중학교니까 일주일에 할 일이라곤 학교갔다와서 집에 있는 것뿐이니 월화수목금토일 일주일 내내 애니를 봤어요. 월요 신작,화요 신작,수요 신작 이런 식으로 쭈욱. 그땐 막 뉴타입 잡지도 사고 라이트노벨도 싹싹 사들이고...돈도 많이많이 깨졌네요. 진짜 미친듯이 봤어요. 신작뿐만 아니라 대작이니 걸작이니 수작이니 소리를 듣는건 고민도 안하고 죄다 싹다 봤습니다. 당시엔 즐거웠으니 후회는 하지 않지만 너무 과했기도 한 것 같아요.

  그 생활은 고등학교 1학년 초반까지도 이어졌습니다. 그땐 야자가 자율이 아니고 강제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애니를 전처럼 보는 건 불가능했고 주말에 몰아본다거나했는데 그러다보니 전처럼 여러 애니를 보긴 힘들게 됬죠. 그렇게 보는 애니 숫자가 줄고 마침 그때쯔음부터 일본 애니계가 덕후들의 지갑을 열기위한 애니만 만든다는 평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재미난 작품도 적어졌어요. 그리하여 저는 자연스럽게 '탈덕'을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위에서 말한 매달마다 사모으던 뉴타입 잡지라던지 가장 아끼던 라이트노벨들이였던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등등을 죄다 버려버렸어요. 그냥 어느날 책장을 보니깐 뉴타입과 라노베들을 보는데 '뭐하러 저따 모아놓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어차피 읽지도 않지!하면서 가져다 버렸습니다. 그렇게 제 덕후 인생은 끝나고 현실로, 속칭 리아충이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드아아아아!

  그렇게 애니와 담쌓고 살아온 고등학교 시절이 끝나가던 3학년 막바지. 즉 수능을 앞둔 저는 다른 수험생들처럼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수능 끝나면 이거하고 저거하고 놀아야지. 이것저것 해봐야지.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수능이 끝나고 그걸 다 이루셨나요? 이루셨다면 정말 부럽습니다. 전 뭘 꿈꿨는지 기억도 나질 않지만 이룬게 없어요. 그저 금 같은 시간을 빈둥거리고 잠자고 게임하는데 쓸 뿐. 그렇게 시간이 남아돌자 저는 시간을 죽일 또다른 취미를 찾아나서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돌아온 것은 재입덕.

모...야메룽다...

물론 지금은 예전처럼 미친듯이 보지도 않고 다운만 받아놓고 하드에 썩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시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탈덕 실패란 소리겠죠. 혹시 애니감상덕후가 아니라 애니수집덕후인가...아무튼 중학생땐 이것저것 다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뭔가 취향을 타는건지 제 몸에서 스스로 조절을 하는건지 '가볍게 즐기는' 애니밖엔 보지않아요. '타마코 마켓'이나 '나는 친구가 적다' 같이 뭔가 생각을 깊게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요. 아마 제 재입덕에 가속을 더한 것이 확밀아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지젼 개새끼 

  아무튼 지금도 친구들과의 그룹채팅에서 확밀아 얘길하며 혼자 슈레떴다!하고 지랄발광을 해도 알아듣는 사람 하나없고 그냥 '어휴 덕후' 소릴 듣지만 스스로 인정하니 편하네요. 하하하! 하지만 눈물이 난다! 하하하! 아무튼 이 글의 결론은 여러분이 만약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하면서 스스로 탈덕했다고 생각한다면 구라치지마세여. 휴덕은 있지만 탈덕은 없습니다. 껄껄!